"(-), 뛰면 안 돼. 넘어질 거야.."
"(-), 뛰면 안 돼. 넘어질 거야..""하아... 괜찮아..?"하지만 늘 이런 생각을 하기만 해도 일어나버리는 사건. 그래도 다행인 건 과거의 운동신경이 남아 있기는 했다는 것. 그게 아니라면 위험이라는 걸 몸이 본능적으로 느껴서 움직였겠지. 여하튼 다행히도 넘어지려는 그녀를 단단히 붙잡은 자신의 손에 칭찬을 해주고 싶어져갔다."켄마ㅡ 나 전골ㅡ"역 근처에 있는 카라아게집이 오늘 폭설로 인해 문을 닫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다행히도 그녀가 원하는 가게는 아직까지 많은 손님들을 이끌고 그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줄이 길지가 않은 것도 한몫하기도 했고. 이제는 제법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눈이 쌓여버려 자칫 잘못해서 발을 삐끗하면 넘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언제 그녀가 넘어질지. 그러니까 그냥 아침에 나올 때 차 타고 나왔으면 이미 집이었을 텐데. 그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장바구니를 들고 있으랴, 그녀의 손을 붙잡으랴 이런저런 불편함이 따라갔다. 제발 미끄러져서 넘어지지만 않아줬으면.."으, 응... 괜찮아..""얼른 돌아가고 싶어..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먹덧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의 몸은 이미 진득하게 피로해져갔다. 그래도 이런 행동을 멈출 수 없는 없었다. 어찌 됐던 자신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그녀이고, 그 작은 몸으로 더욱이 작은 생명을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인데, 서운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하나뿐인걸.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그의 양손에는 한가득하게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사실 힘에 부칠 정도로 무겁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식탐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여갔다.그녀는 그의 반응에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륵, 웃음을 터트려내더니 이내 그의 등을 작게 두드려댔다. 네네, 맞는 말이죠. 그녀의 웃음에 그는 괜스레 아직 덜 채워진 전골냄비를 꽉꽉 채워가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까 육수는 준비해뒀나.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육수에, 그녀는 그를 옆에서 조금이라도 도와줘 볼까라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냄비를 낚아채는 그의 손길. 그는 그녀를 다시 데리고 코타츠로 와, 이불 속에 앉혀 두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조심해서 걸어. 그러다가 (-)도, 아기도 큰일 나.""역 앞에 카라아게만 사고서 돌아가자!""네에~ 조심할게요~""처음 해봤는걸.. 어쩔 수 없잖아.."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덧 때문에 음식 냄새만 맡으면 헛구역질이며, 밖에 음식 냄새도 맡기 싫다며 나가는 것을 거부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입덧이 끝난 시점. 그녀가 마치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작된 것, 먹덧. 원래 가끔 산모들 사이에서 있는 일이라고는 했지만, 설마 그녀가 그런 케이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음식을 못 먹는 것은 나은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매일 같이 먹고 싶은 음식을 당장에라도 먹지 못한다면 금세 눈물을 글썽거리곤 했었다. 그녀의 눈물을 볼 때마다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하기는 하지만, 한 기사에서는 이런 말을 했었다. 입덧이 온 와이프가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출산 이후에서도 꽤나 크게 서운함으로 남는다고. 해당 기사를 접한 그는 결국 그녀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갑작스레 먹고 싶다는 야키니쿠도, 업무 시간 중에 삿포로에서 라멘이 먹고 싶다는 것도.[ 최종전 6인 미션 '집 밖은 위험해'를 주제로 작성 한 글입니다. ][이른 새벽부터도쿄를 포함한 인근지역에대설특보가 내려져 있습니다…]얼마나 지났을까. 분명 전골이 먹고 싶다고 한 건 30분쯤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코타츠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 하나도 얹어지지를 않아갔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녀는 뭉그적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있는 주방으로 향해갔다. 주방에 가까워지자 더욱이 선명하게만 들려오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 그녀가 슬쩍 고개를 들이밀고 그를 바라보자마자 풋,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영상에서 만들어지는 모양처럼 만들기 위해서 어찌나 칼질을 열심히 하던지. 물론 모양이나, 크기가 엉망인 것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 정도는 귀여움으로 봐줄 수 있었다. 흐뭇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이제서야 손질이 끝난 재료들을 하나하나 어색한 손길로 냄비 위에 올려가기 시작했다.제법 어린아이 같은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저래 봬도 그녀는 그의 하나뿐인 와이프. 거기다가 다른 것도 아닌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뛰면 안 된다니까. 혹여라도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 분명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는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채 눈을 해치고 나가, 마치 물 만난 생선처럼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갔다."후아~ 따뜻해..."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제 손을 꼭 부여잡는 그녀. 많이 놀란 모양이네. 홀몸이 아닌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런 작은 상황조차도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 중 하나니까. 그는 아직도 놀란 가슴을 꾹 쥐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마음을 달래갔다. 옆에 있는 자신 역시 이리도 놀랐는데, 그녀라고 놀라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은가.
"(-), 뛰면 안 돼. 넘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