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초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 속에 시민은 ‘성찰할 줄 아는 지도자’의 탄생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후보자들이 얼마나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지 세상에 내보일 ‘내가 틀렸다’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2022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언론이 먼저 모범을 보이려 한 기획(I Was Wrong)과 같은 제목입니다. 대선 후보자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이 틀렸던 순간에 대해 고백합니다. 첫 번째 기고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의 글입니다. —한겨레21 대선보도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건장한 체격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참 정직했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과외를 하는데, 첫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문제집 뒤에 있는 답안지를 다 뜯으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 답안지를 모아 한 학생에게 보관하라고 했답니다. 바로 이 청년입니다. 그만큼 정직했다고,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도 이야기를 합니다.자기가 해야 할 일은 힘들어도 피하지 않고, 친구들과 만날 때는 한 명 한 명 세심한 배려를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국제관계를 전공으로 택해 미국에서 홀로 공부했고, 국외 오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기구에 자리를 얻어 힘차게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던 청년에게 갑자기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결국, 스물일곱 해 다섯 달의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아버지는 그 청년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아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정직해라, 예의를 갖춰라, 절약해라, 열심히 공부해라, 규칙적으로 생활해라,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자신이 겪었던 힘든 환경이나 어려움이 ‘위장된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아들도 그 단편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만큼 더 성숙해질 거라고 믿었습'어른 김장하' 역주행… 넷플릭스 순위권 진입, 극장 재개봉도 MBC경남 제작부장 "극우의 시대, 교육용으로 활용됐으면"[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문형배 판사와의 인연으로 김장하 선생님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영화 개봉했을 때보다 더 많은 반응이 오고 있다. 문의전화가 많이 오는데, 심지어 음원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도 있다.” 전우석 MBC경남 제작부장이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이례적으로 다큐멘터리 '역주행'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이끈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목 받으면서 2년 전 제작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넷플릭스 국내 인기 순위 5위까지 올랐고 극장 재개봉 후 독립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어른 김장하'는 사회에 헌신하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김장하 선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MBC경남이 제작했고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취재를 맡았다. 한약사인 김장하 선생은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장학금을 댔고 시민운동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가난했던 문형배 전 대행도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 덕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문 전 대행은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986년 사법고시 합격 후 김장하 선생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갔을 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갚으려거든 사회에 갚으라”는 답을 들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문 전 대행은 “선생은 자유에 기초해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다”고 밝혔다.'어른 김장하' 제작 당시 제작팀장을 맡았던 전우석 제작부장은 “문형배 전 대행이 화제가 되면서 김장하 선생 이야기가 다시 회자됐고, CGV측에서 재개봉하면 어떻겠냐고 배급사에 연락하게 됐다. 의미가 좋은 영화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흔쾌히 응하게 됐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