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예금 계좌수가 사상 처음 10만개를 넘어섰다. 고액 예금 계좌 전체 잔액도 800조를 처음 웃돌았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 금리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 기업들이 뭉칫돈을 은행에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잔액은 총 815조8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 년 전(781조2320억원)보다 34조5780억원(4.4%)이 늘었다. 잔액이 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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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예금 계좌 잔액은 지난 2022년 말 79조3480억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770조원대 초반까지 줄어든 바 있다. 10억원 초과 계좌 수 역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만좌를 찍었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말 10억원 초과 정기예금과 저축예금이 각각 6만1000좌, 5000좌로, 6개월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기업자유예금이 3만1000좌에서 3만4000좌로 뛰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 등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중장기적으로 금리인하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 대신 여윳돈을 은행에 넣어두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고금리 예금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보인다.
남동탄 파크시티 지난해 6월 말 기준 연 3.50%의 기준금리는 현재 2.75%까지 떨어졌고, 경기 둔화 대응을 위해 연내 추가 인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